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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글 : 김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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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라는 문화가 발달할 수 있는 환경에는 여러가지가 필요합니다.
우선 음악을 단순한 유흥이나 취미의 한 부분으로 쉽게 취급하는 경향이 없어야 합니다.
만약 이런 의식이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잠식하고 있다면 음악의 발전은 고사하고 그와 연관된 모든 행위들 자체 - 아예 예술이라는 근본적인 그 자체 - 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체 끝날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음악이라는 매체를 하나의 문화로 진지하게 취급하고 고찰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웃나라 일본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러 많은 나라들과 같이 그러한 의식을 면면히 이어온 나라중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이라는 나라가 음악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보여준 경향은 다른 나라들과 사뭇 차별성을 띄고 있습니다.
우선 음악과 관련된 성과들의 대부분은 20세기로 명명되는 비교적 최근의 시기에 이루어 졌으며, '기술'을 선점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특히 음악을 기술과 연관짓는 최고의 정점에는 신디사이저라는 - 그야말로 첨단의 무기가 있었습니다.
장르와 표현의 한계를 넘고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기위해 개발된 신디사이저라는 기계는 거의 일본이 대중화시킨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며, 실제 이 순간에 연주되고 있는 전자음악의 명기들도 롤랜드, 야마하로 대변되는 일본의 기술의 산실인 것입니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크로스오버적인 성향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 루이치사카모토의 초기작들에서 최근의 행보인 영화작업등을 연관시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초보이든, 전문가이든간에 음악을 만들어가고 자신만의 고유함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가'로 통하는 그의 역사를 이미 알아버린 대중들이 그의 초기작을 듣고 인정(?)하기란 더욱 쉽지 않을 것입니다.
'추앙받는 뮤지션'이라는 최근의 존경스러운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던 바로 그 초기의 음악 - 그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루이치사카모토의 첫걸음은 낯선 것이었습니다.
몇몇 그룹시절의 음악을 거쳐 솔로로 독립하면서 들려주었던 그의 작업들은 몇가지로 조심스럽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우선 첫번째로는 그의 음악은 대체적으로 매우 정갈하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진 영화음악이나 많은 그의 작업들은 매우 확실한 멜로디라인이 돋보이는 가운데 특별한 군더더기 또한 찾아볼 수 없는 정리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앞에서 언급한대로 음악의 기술력을 먼저 선점한 일본의 주된 경향중의 하나인 '음악의 패션화'와 약간의 연관성을 부여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음악의 완성도와 함께 철저하게 포장된 음악을 만들어내는 일본음악의 특징이자, 어느정도 정통성에 기인한 음악을 만들고 있는 루이치사카모토의 음악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인 것입니다.
대규모 오케스트레이션이 동원된 최근 그의 작업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가 영화와 인연을 맺고 진행했던 초기작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음악적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루이치사카모토의 음악적 특징은 새로운 형식이나 매체을 거부하지 않는 끊임없는 실험성에 있습니다.
음악의 다양성과 변화를 꾀하기 위해 그는 세계의 많은 음악을 고루 접하면서 자신의 음악에 그대로 반영시키는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그 실험의 역사에 기술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음악역사인 신디사이저를 접목시키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입니다(이것은 그의 솔로앨범에서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가 음악이외의 매체 - 영상작업자체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아방가르드를 표방하는 진보적인 운동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 에도 관심과 열정을 가져 자신의 음악세계에 꾸준히 반영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새로운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열려있는 음악을 하는 그의 작업이 계속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때문이며 차기작이 항상 기대되는 것도 같은 맥락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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