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 ▶ 조선일보 출력일 : 2000/04/27
제 목 : [객석에서] "건반위의 게릴라" 사카모토 내한 공연
-------------------------------------------------------------------------- --


‘전방위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48)가 28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앞두고 서울에 왔다. 이번이 두번째 내한이지만, 공연은 처음이어서 팬들 기대도 크다.

그는 테크노에서 명상음악까지 실로 다양한 음악을 시도해 온 일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다. 그러나 ‘피아노 연주가’라고 묶어두기엔 그의 음악은 너무 ‘실험적’이고 ‘전방위’다. 편의상 그를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그런 장르 구분은 별 의미가 없다.

“비틀즈에서 베토벤까지 영향을 받았다”는 말처럼, 사카모토는 70년대 말 이미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YMO)’라는 테크노 트리오를 결성, ‘컴퓨터 게임’이란 곡을 널리 알리며 독일 ‘크라프트베르크’와 함께 ‘원조’ 테크노 음악을 이끌었다.

“한국 무대에는 처음 서는 터라 어느 때보다 긴장됩니다. 생각보다 한국에 팬이 많아서도 그렇고요.” 한국에서 사카모토는 ‘영화음악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83년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사운드트랙을 맡으며 영화음악을 시작했다. 87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마지막 황제’ 음악으로 88년 아카데미상을 비롯, 골든그로브, 그래미, 뉴욕·LA·영국 영화비평가협회상을 휩쓸며 입지를 굳혔다. 최근 국내 개봉한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 일본 영화 ‘철도원’도 그가 음악을 맡아 애잔한 감성을 한껏 과시했다.

이번 무대는 최근 낸 앨범 ‘BTTB(Back To The Basic)’ 세계투어의 일환. 이전 앨범에 비하면 ‘이지 리스닝’에 속하는 이 앨범은 일본에서만 700만장 가까이 팔릴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사카모토는 이번 공연에서 앨범 제목처럼 ‘기본으로 돌아가’, 깔끔하고 명징한 피아노 선율을 들려줄 계획이다. 이 공연을 위해 일본서 피아노 두 대를 공수했다.

‘BTTB’ 이외에도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일품인 ‘마지막 황제’와 러시아혁명의 불안한 풍경을 표현한 ‘1919’도 들려준다. 이런 곡들을 위해 사카모토는 무대 한쪽에 DJ박스를 설치, 무대를 오가며 ‘퍼포먼스’ 같은 공연을 선보인다.

(* 한현우기자 hwha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