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 ▶ 한겨레신문 출력일 : 2000/04/27
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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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음악횡단] 류이치 사카모토


천재란 무엇일까?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들으며, 오래 전부터 내 스스로에게 던져 왔던 질문이다.

그는 참으로 다양한 음악인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에릭 사티와 라벨 같은 클래식 음악가들과 브라이언 이노, 데이빗 바이런, 프린스 등의 팝 음악인들, 그리고 세르지우 멘데스, 케타누 벨로수 같은 브라질 음악인들뿐만 아니라 일본은 물론, 아프리카, 아랍 지역의 민속음악들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렇게 여러 곳에서 받은 영향을 자신의 음악적인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70년대 말,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로 분출되기 시작한 그의 재능은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마지막 황제> <하이 힐스> 등의 영화음악들을 통해 더욱 빛을 발했고, 넘치는 재능을 주체하기에는 음악만으로는 부족한 지 패션 모델로까지 활약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간 발표한 수많은 작품들이 높은 완성도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시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양함을 자신만의 재능으로 안정감 있게 소화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류이치 사카모토의 뛰어난 재능은 진정 하늘이 내린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오는 28일, 내한 공연에 맞춰 발매된 <류이치 사카모토 2000> 음반에는 다양한 스타일들을 한데 묶어낸 곡들로 가득하다.

그의 음악을 한가지 장르로 규정짓는다는 것은 무모한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의 음악 속에는 분명 '류이치 사카모토 스타일'이 담겨 있다.

음악은 스타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닌 음악인들은 그 생명력이 길다.

더불어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그 의미가 잘 느껴진다.

첫 곡 <탱고>부터 이런 느낌은 잘 전달된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레인>, 한편의 클래식 소품 같은 <더 셸터링 스카이>, 잘 정돈된 느낌의 전자음악 <포에시아>,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하이힐스(메인 테마)> 같은 영화음악까지 세련미와 서정미, 그리고 세계를 포용하는 커다란 감각과 스케일의 음악들을 맛볼 수 있다.

송기철/대중음악 비평가, KBS 위성2TV<가요@빅뱅>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