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paper에 실렸던 '1996'
(이미영님께서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사는 저도 사카모토를 알기 전에 보았던 것이었습니다.
이 글을 보고 사고싶다는 욕구가 솟구쳐서...;;
암튼, 잡지를 빌려줘서 기사를 못찾았었는데, 이렇게 다시보게 되는군요. ^^
보시면 알겠지만, 엄청난 극찬으로 안사고는 못배기게 만듭니다. ^^;)
PAPER 식구들의 숨은 앨범 찾기
Ryuichi Sakamoto
1996 Ryuichi Sakamoto - 한국 BMG 1996년 발매
<숨은 앨범>을 위해 단 한장의 앨범을 골라낸다는 것은 시청 앞 보도 위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뱉은 껌을 골라내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카모토의 음반 중 하나를 선정한 나 자신을 스스로 독려하며 그의 명반 <1996/ Ryuichi Sakamoto>를 소개하는 내 마음은 공개적으로 떨리고 있다. 그의 이름이 우리 품안에 전면 등장했던 것은 바로 86년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영화음악에서부터였다.
중국의 마지막 황제였던 푸이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동양적인 미려함과 웅장한 선율로 그려낸 이 앨범으로 세계적인 음악상을 휩쓸고 난 후 여러 편의 영화음악으로 유명해졌지만, 그는 이미 그 이전의 작업들(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의 영화음악, 테크노 전위그룹 YMO 등)로 월드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검증 받았다. 젊은 시절 비틀즈와 베토벤에 몰입했던 류이치 사카모토는 동경 예술대학에서 작곡과 전자음악을 공부했으며, 특히 제 3세계 음악과 민속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이 관심은 각 장르의 음악이 혼융됐을 때 발생하는 새롭고도 특별한 아름다움으로 빛을 발했다. 그의 탁월한 혼융의 감각은 동서양 음악의 극단적인 상이함과 동시에 획득되는 동질성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자, 그럼 영화 <마지막 황제>, <하이힐>, <폭풍의 언덕>,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의 삽입곡들과 미발표곡들을 모아놓은 <1996>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이 앨범의 원곡들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현대적인 클래식 감각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의 세가지 악기로만 직조되는 원곡들의 변이는 기묘하면서도 드러운 전율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마지막 황제>에 삽입되어 있던 은 영화같은 인생에 내리는 빗줄기를 세 악기의 절묘한 앙상블로 표현해준다. 내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의 메인 테마, 이곡을 들으면 가장 평화로웠던 인생의 한자락과 격정의 한자락이 동시에 느껴져 늘 가슴을 울렁이며 듣게되는 곡. 이외에도 그의 오랜 친구 백남준에게 헌정하는 와 류이치의 집 뒤뜰에서 노닐던 세마리의 고양이를 위해 만든 도 추천하고싶은 트랙이다.
아! 3일만이라도 좋으니 그를 섬기고 싶어라.
- 정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