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soundart.co.kr/soundart/00_8/200008_112.htm

일 본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피아노 연주가인 사카모토 류이치가 드디어 한국을 찾았다. 국내의 열렬한 매니아를 포함한 수많은 팬들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3층과 박스석까지 모두 채우면서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으며 이에 그는 무려 세 번의 앙콜로 열심히 답해 주었다. 이번 내한 공연은 그의 첫 피아노 솔로 음반인 『BTTB(Back to the Basics)』의 출시와 더불어 진행되고 있는 2000년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유럽과 미국에 이어서 개최되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70년대 테크노 음악 태동기의 선구자 가운데 한 명임과 동시에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Yellow Magic Orchestra)에서 활약한 멤버였다. 이후 영화음악과 제3세계 음악 등으로 다채로운 횡보를 내걷다가 불혹의 나이를 거치면서 데뷔 시절의 초심 자세를 되살려 피아노만을 사용하여 동서양을 포용하는 다채로운 선율과 리듬을 자유롭게 보여주었다.

글·서병권 객원기자

무대 스케치 첫 인상은 마치 연극 무대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올려놓은 듯했다. 위 좌우 벽면과 후면에 나무 프레임을 세우고 그 위를 검은 천으로 둘러쌌다. 그리고 무대 바닥 전체를 검은 천으로 깔았고 슬라이드 쇼를 위한 스크린 대용의 검은 천을 무대 뒤로 높다랗게 매달아놓고 있었다. 이로써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냄과 동시에 무대는 상당히 축소되어 보였다. 시각적인 의도 이외에 음향적으로도 무대 안에서 반사음을 줄일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여, 앞으로 콘서트홀에서 소규모 인원이 증폭장치를 통한 어쿠스틱 악기를 연주할 경우 착탈식으로 준비해 놓으면 보다 좋은 음향을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인 스피커와 좌우 벽과의 공간도 검은 천으로 내려뜨려져 있었다.

조명 역시 화려하지 않은 스폿(Spot) 위주로 연주자에게만 시선이 집중될 수 있고 슬라이드 쇼가 가능하도록 연출하였다. 첫 곡으로 휴대형 컴퓨터에 내장된 시퀀서 프로그램, 턴 테이블을 사용한 LP음악, DJ 믹서를 통한 CD음악의 변조 등 세 가지 소스를 동시에 사용한 그의 곡은 난해하긴 하였으나, 그의 실험적인 초창기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 심장 박동 소리 샘플링, LP의 아날로그적인 노이즈, 영어와 독어의 내레이션이 깔리는 이 작품은 마치 예전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인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음악이 사카모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 후 BTTB 음반의 차분한 피아노 소품에 이어 예전 히트 작품이 연주되자 박수소리와 환호성은 점차 커져 갔다. 간간이 영어를 사용하여 멘트하는 그의 목소리는 자못 상기된 듯 떨리기도 하였으나 공연이 막바지로 가면서 원숙한 그의 연주는 음향적으로 정확히 조율된 피아노 소리와 더불어 관객의 기대감을 백퍼센트 이상 채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