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월 : 98년 02월
제 목 : [ESKY MUSIC] 전위음악가
혼합된 장르의 새 앨범 선보이는 < 전위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 >

일본 출신이라는 이유로 국내에서는 본의 아니게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 그러나 그는 이미 <마지막 황제> 등의 영화음악으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음악가 중의 한 사람이다. 최근 대담하고 야심찬 새앨범 를 내놓은 아방가르드적 뮤지션 류이치 사카모토를 만났다.

류이치 사카모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영화음악이다. 사실 그의 이름이 전세 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 영화음악을 통해 서였다. 이 작품으로 오스카, 그래미, 골든 글로브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남기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미 그는 일본 뉴웨이브의 선두주자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로 동양권에서는 주목 받는 신세대 작곡가였다.

그러나 그의 이름과 음악을 아끼는 많은 사람은 78년 하루오미 호소노, 유키히로 다 카하시와 함께 결성한 YMO(Yellow Magic Orchestra)를 기억한다. 레이브, 테크노와 앰비언트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YMO의 앨범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존 재를 각인시켰다. 지금도 음악을 안다는 축에 드는 사람들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 특히 YMO 시절부터 그의 음악을 좋아해 온 사람이 많다.

지난 92년 그에겐 가장 영광된 순간이 있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을 알리는 서곡을 작곡하고 직접 오케스트라의 지휘까지 맡게 된 것. 40세의 젊은 나이지만 이때부터 그는 명실상부 세계 음악계를 이끄는 거물급 음악인으로 대접받게 되었다.

뛰어난 영화음악가, 영화배우, 모델로도 활동하는 다양한 재능을 가졌지만 그렇다고 거만하기 짝이 없는 처치곤란한 인물은 절대 아니다. 그의친구인 소설가 무라카미 류와의 술자리에 동석했던 한 기자는 류이치 사카모토에 대해 예의바르면서도 상대방에게 묘한 호감을 느끼게 하는 매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평을 내렸다.

<마지막 황제>에 관한 강한 인상 때문에 세계 음악계에서 동양권의 음악을 서양에 소개 하는 음악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음악을 클 래식과 재즈, 록 등 서양음악의 귀를 통해 형성되었으며 그 뿌리도 여기에 기인한 것이라 말한다. 오히려 그의 음악에서는 인류애적인 경향이 짙게 나타나는데, 이번 앨범 도 그러한 배경에서 탄생하게 되었다.

“내 머릿 속에는 나름대로 구상한 문화지도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 사 이에 존재하는 유사성을 발견하게 되죠. 내 작품에 담겨있는 수많은 음악은 서로 만나고 갈라지면서 커다란 하나의 흐름을 형성합니다. 한국음악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제 음악세계를 구성하는 한 요소라 생각합니다.”

는 그의 관현악 작품 ‘무제 01’을 담고 있다. 아프리카의 기아 현실에 대한 뉴스를 보고 느낀 것이 이 작품의 영감이 되었다.‘이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루에 20시간 씩 매달려 일주일만에 작업을 끝냈다. ‘슬픔’, ‘노여움’, ‘기도하는 자’, ‘구원’의 4개 악장으로 된 이 작품은 록과 클래식, 대사가 공존하는 음악적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기존 클래식의 관습에서는 찾을 수 없는 요소들, 흐느끼는 관현악, 동양적인 느낌, 디스크 자키의 스크래치 음, 전기 기타와 해설 등으로 새로운 음악영역을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음반의 또다른 특징은 CD-EXTRA 형식이다. 제4악장 ‘구원’에서 류이치 사카모 토‘당신에게 있어서 구원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그의 동료들에게 던지고 있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패티 스미스, 문학비평가 쿠진 카란티니, 중국의 인기가수 쿠이 지안, X세대 소설가인 바나나 요시모토 등이 기꺼이 그들의 대답을 들려준다. 사이버 시대에 걸맞는 인터랙티브적 성격은 그의 최근 작업의 주요한 경향이다.

98년 한 해도 그에겐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게 될 것같다.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새 영화 <뱀의 눈>의 영화음악에 내정되어 있는 그는 올해 안에 꼭 오페라를 해보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담당/김지승 사진/한성혁

모르고 담당하신 분의 성명을 적지 못했습니다.
죄송~;;
방문해주신 김지승님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