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옛 이야기'같은 것으로 생각했던 사카모토 류이치의 한국 라이센스를 살수 있었다.
뮤직타워에 가서 혹시나 하고 물었었다.
"사카모토 류이치 있어요?"
그러나 몇명의 인원이 총동원되더니 어느 젊은 남자를 데려왔다.
"뭐 찾으시는데요?"
"사카모토 류이치라고.."
그러자 그는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잘라 대꾸했다.
"아, 류.이.치 사카모토요?"
이어지는 건방진 웃음.
이봐 류이치 사카모토나 사카모토 류이치나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어차피 소용없는 일이다.
"한장 남았네요.이거"
그의 손에 들려있는것은 1996였다. 90%의 예상이 적중했다.
어쨌든 난 주위상관않고 좋아했다.
그러자 그는 더 건방진듯한 웃음을 지었고 역시 나는 그대로 무시해 버렸다.
아무렴.
집에 있는 사카모토의 앨범은 전부 3장으로 한장은 주문으로 다른 두장은 일본에가서 사온것들인데 이번에 사온 1996에 조목조목 써있는 한국말을 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뭐 유명한 앨범이니까'
난 이렇게 대충넘겨버렸다.
토시쿠보타때도 그랬지만 잔뜩 한국어로 평론이 써져있는 앨범은 그리 개운치가 않다. 물론 음악과는 상관없이 기분상.
겹치는 곡들이 몇곡 있었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RAIN도 2번째 트랙이라는 자리에 당연한 듯이 박혀있었다.
RAIN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알려진 사카모토곡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영화음악 베스트 이니 만큼 한곡을 제외하고는 전부 세미클래식적인 그리고 매우 B.G.M적인 요소가 강한 곡들로 채워져있다.
'그렇지 않은' 한곡은 1919로 베스트 앨범에서 정그믹스 버전으로 이미 접한바 있는 곡이였다.
아..이건 전혀 다르다. 믹스버젼에선 테크노적인 분위기와 불협화음탓에 '재미없고 전위적인'곡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순수한 1919는 정말 근사했다.
현악기 활의 가장 밑부분으로 지직거리며 긋는 부분은 가히 환상이었고 (이부분에선 한번에 듣고 알아차렸다. 첼로 아니면 콘트라베이스로 벅벅 긁고 있는 게로구나.; 역시 악기는 다루고 볼줄 알아야한다)
레닌의 웅얼거림또한 그러한 전위적인성향의 연주와 상당히 잘 어울렸다.
러시아 혁명이라는 컨셉을 그대로 나타내어주는 곡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랜스'는 베스트 앨범에서부터 좋아했던 곡으로 바로 前트랙인 1919와 완벽한 대조를 이루며 흘러나온다.
팽팽한 긴장감후의 따뜻한 연인의 손길같다고 해야할까.
다음으로는 백남준에게 헌정했다는 9번째 트랙도 인상적이고
집 뒷뜰의 고양이들을 보고 지었다는 7번째 트랙도 재미있지만
그 사이에SHELTERING SKY'가 8번째 트랙인 'THE HELTERING SKY'가
골든 글로브 상값이라도 할기세로 듣는 이를 매료시킨다.
뭐 두드러지는 특징은 없지만 그저 '아름다운 음악'이라고만 해도 충분한
곡이다. 그리고 RAIN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 역동적인 비의 흐름을
현악기로 재연한 감동이란..
어쩌면난 무조건 '비'라는 것을 담고 있는 곡이라면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내 감정은 나도 잘 모르는게 사실이니.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트랙들은 너무 유명해서 쓰지 않거나
2~3번들었던 기억조차 희미한 곡들이다.
실은 50번도 더 듣고 써야하는게 감상이련만.
아까 쏟아진 소나기 이후로 밖에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