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을 쫓는 모험"을 다 읽고나서 자주가는 하루키 싸이트를 찾아들어갔다.
그리고는 재즈 몇곡을 듣고 또다른 싸이트로 접속했는데 그것이 시초가 되어 '링크'라는 수십개 다리를 건너고 또 건너 수많은 홈페이지들을 거쳐 마지막으로 간곳에서는 유라이어 힙의 "RAIN"을 들을수있었다.
하루키에서 시작해 유라이어 힙이라.
하지만 진짜 <끝>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RAIN'이였다.
1996 < RAIN >
RAIN을 들으면서 언젠가 보았던 제목도 없는 영화의 낡은 장면들과 방금 다 읽은 '양을 쫓는 모험'의 구절들을 떠올렸고 그것들은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들은 'ANNA'와 함께 교모히 엇갈려 머릿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런닝타임도 짧고 이렇다할 클라이막스도 없으며 그렇다고 화려한 무언의 연주가 있는것도 아니다.
가장 단순화된 형태로 표현되어지는 사카모토 류이치만의 세미클래식이랄까.
비교적 센 소리로 그어지는 현악기위로 '설마'했던 사카모토의 재즈피아노가 맑고 투명한 여운을 남기며 굴러가고 있었고 난 그것에 소박한 흡족감 내지는 만족스러운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특별히 제목이 'RAIN'이란 점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두드러지게 '비'라는 테마를 느낄수 없다.
조금은 억지로라도 한쪽 손을 턱에 괴고 눈을 감은채 부담없이 즐기고 나서야 "아 이건 결국 雨였군"이란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RAIN'이 <1980년 시멘트로 메워진 해안가에 내리던 비>보다는 몇배는 더 아릅답고 몇배는 더 향기로운 비 냄새를 풍기는 것만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