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음악가 사카모토, 국내서 음반 2장 출시
時空 넘나드는 장중·애잔한 선율
국내 음악팬들로부터 사랑을 얻고 있는 일본 출신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48)의 앨범 두 장이 동시에 국내에 라이선스로 선보인다. 그의 영화음악들을 한 장의 앨범에 모은 <시네마지> 와 그 자신의 피아노 솔로 앨범 가 바로 그것. <시네마지>엔 그의 유명한 테마음악으로 꼽히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를 비롯, '포비든 컬러즈' 등이 수록돼 있다.
피아노 솔로 앨범 제목인 〈BTTB〉 는 '백 투 더 베이식' 의 줄임말.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타이틀이 암시하듯 군더더기가 될 만한 소리는 가급적 배제한 절제미가 일품이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 들판의 풍경과 같은 느낌이다.
87년 영화 〈마지막 황제〉를 연출하던 베르나르도 베루톨루치 감독은 이 영화의 음악을 일본 출신의 한 음악가에게 맡기면서 이렇게 주문했다고 한다.
"매우 중국적이면서 동시에 서구적인 음악을 만들어 주오. 또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인 음악을…."
왕조의 비극을 다룬 이야기에 걸맞게 장중하면서도 애잔한 음악을 완성해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음악가는 동양적인 멜로디와 서구의 오케스트라가 빚어낸 이 영화의 음악을 너끈히 소화해 비(非) 할리우드 출신으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영화 음악가중 한사람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가 바로 사카모토였다.
많은 이들은 베루톨루치 감독의 이 무리한 주문이 담고 있는 함의(含意)에서 그의 음악적인 특성을 이해하기도 한다. 정통 음악 교육을 받았으면서도 그는 '테크노 팝의 선구자' 로 불리고 시공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의 음악가로도 평가된다.
도쿄 출신으로 어린 시절 마쓰모토 다미노스케에게 사사하고 도쿄 국립예술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뉴욕에 거주하면서 프로듀서와 연주자로서 경력을 쌓았다.
"난 아방가르드 뮤지션이란 말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여러가지 것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느냐며 의아해 한다. 도대체 내가 어떤 사람이냐면서.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게 바로 나라고." 자신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다.
베르나르도 감독과 다시 만난 〈리틀 부다〉(94년)에서도 그는 '마지막 황제' 에서처럼 우울한 분위기와 간절한 소망을 음악에 담아냈다. 영화 〈폭풍의 언덕〉에서 그가 보여준 음악은 그의 작품중 가장 낭만적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그의 음악을 들어 보면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를 나누는 일은 왠지 부질없어 보인다.
두 장의 음반도 장중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단아한 피아노 솔로로 대조적인 분위기가 눈에 띈다. 사카모토는 그런 의아함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난 언제나 모든 범주와 문화, 테크놀로지의 벽을 깨뜨리고 싶었다. 그러면서 난 또 이런 이질적인 것들을 하나로 묶어버리고 싶었다. 이것은 나의 나의 본성이고 도전이다."
( Last modified : 2000-06-04 15: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