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금까지 쓴 감상문들을 정리하다가 문득 이 앨범이 없다는걸 알게 되었다.

왜 쓰지 않았던 것인지는 본인인 나 자신도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요 몇달간은 내가 쓴줄만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앨범을 샀을 당시보단 지금이 훨씬 이 앨범을 좋아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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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 SWEET REVENGE 」

1996 다음으로 우리나라 팬들에게 잘 알려져있고, 동시에 '명반'이란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앨범이다.

우리나라에 라이센스로 발매된 SWEET REVENGE는 월드와이드판으로 일본판보다 2곡이 적고, 보컬도 다르다.

만원짜리 몇장내고 일본판을 살 가치가 충분히 있지 않나 싶다.

전작인 Heartbeat가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총출동하여 앨범을 화려하게 꾸며 주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초호화판 일본 뮤지션들이 앨범의 완성도를 더욱 높혀주고 있다. 그에 반해 직물공장에서 일하던 J-ME를 작사가와 보컬로 등용한건 극과 극을 이루는 충격적인 케이스. (REGRET에서 J-ME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다.가사도 물론 J-ME가 쓴것.)

1. TOKYO STORY

샘플링처럼 짧게 지나가버리는 오프닝 곡.

그에 반해 길게 남는 여운이 인상적이다.

오프닝답게 앨범 전체의 컨셉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다.

2. MOVING ON

흑인여성보컬의 매력을 그대로 느낄수 있는 근사한 팝버젼이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리듬과 멜로디가 자칫 지루하게도 느껴지지만

어느새 듣다보면 그런 리듬을 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3. 二人の果て

이마이 미키가 메인보컬을 맡고 있지만 어쨌든 형태는 사카모토와의 듀엣.

나무랄데 없는 이마이 미키의 신비스런 목소리가 유럽풍의 고급스럽고 나른한 사운드와 맞물려 사카모토만의 '느낌'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사카모토의 솔로를 말할때 빼놓지 않고 대두되는 명곡.

4. REGRET

위에서 언급한바 있는 J-ME가 보컬을 맡고 있는 곡.

매우 감각적이고 세련된 흑인풍의 팝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 이 곡의 하일라이트는 역시 곡중간에 갑자기 등장하는 주문같은 여인의 중얼거림. 아마도 인도쪽같은데. )

5. POUNDING AT MY HEART

몽롱하고 은근한 사운드를 배경으로 철저하게 앞으로 내세워져있는 보컬의 멜로디라인이 인상적인 곡.

노련한 백인남성을 보컬로 쓰면서 REGRET과는 매우 대조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다.

6. LOVE AND HATE

이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인 곡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LOVE AND HATE를 말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초기 사카모토의 솔로에서 들었던 테크노사운드와 긴박감을 재연해낸 듯한 느낌이 든다.

스파이 영화에 어울릴법한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곡.

7. SWEET REVENGE

몇안되는 연주곡 중 하나이다.

첫번째 트랙인 TOKYO STORY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마저 하려는 듯하지만 TOKYO STORY보다 훨씬 더 진한 애절함을 담고 있다.

2분정도 이어지는 오케스트라 연주 뒤에는 한층 고조된 분위기로 사카모토의 피아노 연주가 등장하는데 곡이 끝나는 순간까지 슬픈 여운을 남겨주는 곡이다.

8. 7 SECONDS

REGRET과 비슷한 연장선을 걷고 있는 곡.

개인적인 취향과는 꽤 거리가 멀어서 언제나 흘려보내다 싶히 듣는 곡이기도.

9. ANNA

사카모토의 피아노가 메인으로 연주되는 전형적인 보사노바풍의 재즈곡이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최고의 곡이라 말하고 싶기도한.

아름답고..애절하고..나른하기 그지 없는 재즈선율은 슬픈 추억의 사랑스러움을 담은채 감성을 자극하고 괜한 눈물을 흐르게 만든다.

10. SAME DREAM, SAME DESTINATION

5번째 트랙에서 들을수 있었던 고급스러운 백인팝을 이번엔 좀더 클럽적인 분위기로 가볍게 들려주고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구절이 저절로 따라하게 만든다는것이 특징.

What I want And what I need, It's the same thing

Same dream, Same destination..

11. Psychedelic Afternoon

제목에서 풍기는 약간의 유머스러움을 그대로 담고 있는 곡으로, 남미풍으로 나긋나긋하고 리듬감있게 진행된다.

( Pounding at my Heart에서 들었던 감미로운 보컬을 또한번 들을수 있기도..)

일상의 오후에 벌어지는 여러가지 사소한 일들을 담담하게 그려낸 가사또한 인상적.

12. Interruptions

곡이 시작할때부터 끝날때까지 한 여성이 나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곡이다.

조금도 꾸미지 않은 어투로 하루에 일어난 자신의 일들을 무척이나 솔직하게 툭툭 내뱉듯 말한다는점이 주 매력포인트.

13. 그대와 나와 그녀의 일

얼핏보면 몹시도 복잡한 설정인듯 싶지만 가사를 들어보면 (2번째 트랙과 함께 유일한 일본어가사) 두 남자와 한 여자간의 이야기를 다룬...그러니까 당시에 유행하던 도리캄신드룸의 전형을 따르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앞서 나온 12번째 트랙과는 달리 몹시나 일본적인 향기를 풍기는 소박한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