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해진 날씨가 좋아요.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따가운 햇살을 받으면
어쩐지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이건 좀 쑥쓰럽지만..
전 오리털 이불을 뒤집어 쓰고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기도 해요.
여하튼...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요.
작정하고 일찍 퇴근해서 친구랑 어묵을 먹고 있었어요.
모르는 사람과 살을 부대는 좁은 그 곳에서
예전에도 그랬듯이 카사가 흐르고 있었고
그냥 흘리는 말로 '어, 카사네.'라고 말한게
옆자리 친구에게는 어색하게 들렸어도
앞자리 아저씨는 알아들으셨는지...
카사... 좋지요.
이건 어제 저녁 이야기.
까만 거리를 말 없이 걷다가 잠깐 앉는 게 정말 행복했던 그 추운 날이 오고 있어요.
출근전에 나태하게 바닥에 누워 고개를 뒤로 들어 창밖을 봤는데
마침 '봄날은 간다' 음악이 떠오르더라구요. '상우의 테마'였는데...
그 병원에 있을 때 말이에요.
일어 나게 되고 걸을 수 있게 된 다음부터 병원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1층 로비에 피아노가 있더라구요.
왼손 손등에 박힌 바늘 덕에 손가락을 움직일 때 마다 따끔 거렸지만
느리게 그 '상우의 테마'를 몇 번 씩 틀려가면서 쑥쓰럽게 쳤지요.
사실 소리가 안났어요.
그거 디지털피아노였는데... 스위치가 건반 밑에 있었거든요.
그땐 허리를 구부려서 그 밑을 볼 수 없어서 그냥 꺼진 피아노를 꾹꾹 눌렀죠.
오늘 어찌나 그 곡이 귓가를 떠나지 않고 밤길을 걷고 싶던지...
이건 오늘 회사에서 편집하다가 졸았던 이야기.
지금은 새벽 한시가 훌쩍 넘었는데 되게 추워요.
내일 아침에도 추울거에요.
더 추워졌으면 좋겠어요.
되게 추워서 되게 되게 추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감기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