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일어난다. 삶은 북경의 나비가 날개짓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달력을 보고 문득 어긋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월 6일이군, 하고 돌아서는 순간 내 머리 속에서 2002년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연한 시간의 부재.
그래서 오랜만에 나에 대해 고민 중이다. 최근의 동향과 마음가짐, 만나던 사람과 그들과 했었던 이야기를, 접했던 것과 그로부터 받은 자극을.
실로 오랜만에 머리가 어지럽다. 무엇이 true인지 무엇이 false인지. 타고 남은 재가 바람에 날아가 듯 그런 상투적인 개념은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순간을 위해선 필요하다. 안개 속을 헤맬때의 횃불과도 같다.
말로 표현되기를 원하는 것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머리 속에서 돌아다닌다. 일단 표현을 원하는 말들을 잡아내어 쏟아낸다. 잘되지 않을 때는 비슷한 정서와 내용의 남의 표현을 빌릴 수밖에 없다.
후자는 항문으로 나온 길다란 기생충을 보는 것과 같다.
시간은 흘러가고 어디선가 사랑을 달라고 하고 어디선가는 불평을 한다. 난 그냥 혼자 있고 싶은데, 그 반대의 생각도 나름대로 지배적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결국은 그립게 될 것들입니다. 우울증과 마찬가지겠죠.
Frac Is Me